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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면 괜찮다

에버모닝 2024. 11. 4. 08:43

2024, 11.4. Mon
(@Holy Spirit; 그만하면 괜찮다)

하나님, 새벽 산책길 낙엽을 밟으면 걸었습니다. 노랗고 빨간 잎이 길에 깔려 있는 길에서 하나님을 새롭게 기억하게 됩니다. 일부러 낙엽을 밟으며 소리를 느껴보았습니다. 물컹하고 딱딱한 느낌이 아닌 종이를 밟는 것 같이 가벼운 소리를 들을 때 장작을 때는 것과 같은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조명이 비치고 그 주변에 장미가 피어있었습니다. 빨갛고 하얀 장미들이 부끄러운 듯 군데군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특유의 장미의 향이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향이 잊히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도 그 새벽 아침 장미와 향이 나의 기억 어느 곳엔 가 오랫동안 자리를 잡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변화되는 세상을 묵상해 볼 때 이렇게 심오한 자연과 우주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낙엽을 일부러 찾아서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에서 이 모든 것들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일까 하는 생각을 계속해서 반복해 보았을 때 도저히 그렇게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 스스로 질문도 해보게 되지만 지금까지 보았던 날것의 세상, 볼 때마다 달랐던 하늘과 걸을 때마다 새로웠던 풍경들을 떠올려보면  이것들이 그냥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누군가가 정성을 다해서 사랑으로 보듬어 만들어 키운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더 마음이 편하고 이해하기도 편했습니다. 누군가 들으면 비과학적 사고라 할 수도 있지만 수십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직접 본 사람이 없으니 과학적이든 비과학적이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하나님, 내 모든 생각과 사고의 체계 안에 하나님을 중심에 놓으면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에서 하나님이 설계하신 나의 삶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인이시니 하나님의 뜻 안에서 때로는 좋은 일도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도 있습니다. 내 모습 내 생김새, 얼굴과 키, 팔다리 길이와 타고난 재능과 소질 등 내가 태어난 환경과 지금 내가 살면서 관계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생긴 것도 그만하면 괜찮다. 살이 찌기는 했지만 그만하면 괜찮다. 아주 큰 부자는 아니지만 그만하면 괜찮다. 눈이 점점 더 침침해지기는 하지만 그만하면 괜찮다. 때로는 나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만하면 괜찮다. 이룬 것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그만하면 괜찮다. 부끄러운 모습도 보여주기 싫은 모습도 많이 있지만 그만하면 괜찮다. 하나님, 이만하면 괜찮지요?

일이 잘 풀리고 큰 어려움이 없을 때는 그렇게 세상이 만만해 보이더니 지난 몇 주간 몸이 아프고 병원을 다니면서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가 없으니 사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졌습니다. 인간이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요.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 내편이 되어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없으면 사방이 꽉 막혀 있는 곳에 홀로 있는 것처럼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지요. 내가 사는 것은 무엇하나만 결핍이 되어도 살 수 없는 것입니다. 내가 사는 것은 참 많은 것이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도 하나님 앞에서 고백하게 됩니다. 그만하면 괜찮다. 오늘 살 수 있는 것들을 주셨으니 그만하면 괜찮다. 이만하면 내게 족하다 합니다.

하지만 이 고백을 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삶을 살면 살수록 참 아름답다 느낄 수 있는 것도 백발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하나님 안에서 살아온 오랜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이마를 보니 주름이 파여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전보다도 더 깊이 파인 주름이었습니다. 내게도 훈장 같은 주름이 생겼습니다. 몸이 여기저기 아픈 것도 늙어가니 그런 것이겠지요.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인생, 하나님이 계획하신 삶 속에서 점점 더 늙어가는 것이 참 좋습니다. 늙어가니 점점 더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더 깊이 깨달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10년 전 읽었던 성경보다 오늘 읽은 성경이 더 좋습니다. 10년 전 기도보다 오늘의 기도가 더 좋습니다. 아마도 10년 후의 성경과 기도가 더 좋겠구나 하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하나님, 오늘도 걱정이 있고 해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살면서 늘 항상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힘든 시간들은 항상 지나갔고 이별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있었습니다. 일은 어떻게든지 해결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고 해가 지나면 많은 것들이 변화가 되었습니다. 기억이 희미해지고 잊히는 세상과 인생의 섭리가 있어서 새롭게 시작할 수도 용서하게 되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것은 힘을 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운동을 배울 때도 그렇게 힘 빼는 것에 대해서 많이 들었는데 우리의 삶 속에서도 힘 빼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참 좋습니다. 내가 부를 때 언제든지 응답하시는 하나님이 참 좋습니다. 나를 축복하기도 징계하기도 평탄한 길을 주시기도 거친 길을 주시기도 기쁨을 주시기도 슬픔을 주시기도 하시는 하나님이 참 좋습니다. 달란트 시장에서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 요절을 외워 달란트를 받으러 다녔던 주일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평생을 살면서 했던 고백 중에 오늘의 고백이 가장 좋습니다. “그만하면 괜찮다”

이 아침에도 내 입술의 모든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주께 열납되어 주님의 기쁨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나의 하나님을 참 사랑합니다. 이만하면 족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