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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모든 이야기/12월의 편지

기도하러 가는 길의 영성

에버모닝 2024. 12. 12. 07:10

2024, 12.12. Thu
(@Holy Spirit; 기도하러 가는 길의 영성)

하나님, 이 아침에도 가장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고 주님의 말씀을 묵상합니다. 차가운 새벽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지는 이곳은 기도하는 집입니다. 어제 경기도의 장례식장을 참석하고 나오길 문득 근처에 있는 기도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예전에는 자주 갔지만 한동안 가지 못했던 그곳으로 과감하게 향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익숙한 길을 따라가면서 이전 모습 그대로인 건물도 있고 새로 지어진 건물도 있고 새로 오픈한 가게와 영업을 종료한 가게 등 그간의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길이 새로 뚫린 것이었습니다. 이전에는 굽이굽이 산 하나를 넘어갔어야 했는데 이제는 터널 하나를 통과하니 중간을 싹둑 잘라먹고 곧바로 강길이 나왔습니다. 강길을 따라서 조금 달리다 보니 이윽고 기도원으로 들어가는 시골길 입구가 나왔습니다. 20년 전 처음 이 기도원에 왔을 때는 여기서부터 걸어서 올라가야 했는데 지금은 차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년 전 미국길을 앞두고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때 알게 된 곳이 이곳이었습니다. 내 생애의 첫 기도원, 서울부터 셔틀버스를 타고 마음의 설렘과 기대감과 함께 약간의 긴장감 속에 이곳에 도착하였습니다.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을 따라서 시골길을 조금 걷다가 보니 저 멀리 십자가가 달린 건물이 보였습니다. 다윗의 시 중에서 성전으로 올라가며 부르던 노래가 있는 것처럼 내 마음에도 간절함도 있고 기쁨도 있고 주님께 아뢰고자 하는 기도제목도 있었으니 그 길이 나름 즐거운 길이었습니다. 2박 일정이어서 등록하고 숙소도 배정받고 성전으로 향했습니다. 평일날이었는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고 예배와 기도가 너무 뜨겁고 열정적이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2박의 일정동안 성경도 읽고 책도 읽고 예배도 드리고 기도도 많이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금식을 하려 했으나 식당을 보니 밥을 먹고 힘을 내서 기도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밥을 먹고 기도를 했는데 기도원 밥이 너무 맛있어서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서점에 좋은 신앙서적도 있고 매점에 간식도 팔고 야외 파라솔과 의자가 있어서 앉아서 교제를 하거나 성경 읽기에도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제 삶의 첫 기도원에 대한 경험은 참 좋은 것이었습니다. 그때에 기도하면서 생각나거나 감동받은 것들을 기록을 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기도편지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빛바랜 공책에 손글씨로 눌러쓴 당시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편지를 가끔 볼 때면 잔잔한 감동과 함께 때로는 눈물이 맺히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때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 시절에 고백했던 것들을 다 들으시고 그것들을 내 삶을 통해서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 오셨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것이 참 힘들고 어려운 시절도 많았지만, 나는 잊고 있었던 고백들을 하나님은 잊지 않으시고 힘겨운 시간들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오셨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한국에 방문할 때 한 번씩 들렸었고 한국으로 나와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후로는 참 자주 왔었습니다. 당시에는 기도원에 오는 것도 좋았지만 기도원을 오가며 차에서 하나님과 대화하며 기도하는 것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기도원 주차장까지만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날도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나는 방문은 미국에서 태어난 어린 두 자녀가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곳으로 함께 왔던 때입니다. 사실 가장 보여주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아이들과 기도원에 와서 매점에 가서 음료수 하나씩 사들고 야외에 파라솔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때에 여기가 아빠가 기도하던 곳이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어린아이들이 그 마음을 얼마나 잘 이해했을지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렇게 잠시 앉아서 기도원에 대해서 설명하고 소개해 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지난 20년간 기도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 20년 전에는 이 큰 성전이 사람들로 꽉 찼고 셔틀버스 운행도 많이 하고 오가는 사람들이 참 많았었는데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큰 공간이 어색하게 느낄 정도로 사람이 없습니다. 몇 년 전 마지막 방문했을 때 이곳 원장님이 소천하시기 얼마 전이었는데 당시 원장님이 기도원 이용하는 사람이 많이 줄어서 기도원 운영이 어렵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이곳으로 오면서 사람이 더 많이 줄었을까, 기도원 운영을 안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와보니 그래도 기도하는 분들도 많고 정상적으로 잘 운영이 되고 있었습니다. 문득 1박을 해볼까 하는 생각에 문의를 해보니 이용가능한 방 하나가 남아있다고 해서 하나님이 나를 위해서 남겨주셨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하며 방키를 받아 들고 나왔습니다. 20년 전 처음 기도원 왔을 때 숙박을 했던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 숙박이었습니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는지 시설도 쾌적하고 너무 좋았습니다.

하나님, 오랜만에 기도원에서 예배도 참석하고 알지 못하는 성도님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기도도 하고 기도원 밥도 먹고 간식도 사 먹고 산책도 하면서 짧지만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 시대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 마음에 하나님을 향한 갈망이 있고 간절함이 있고 소망이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과 함께 가끔씩이라도 기도원에서 함께 기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나라는 기도하고 싶어서 밥 해 먹을 쌀과 솥단지를 짊어지고 비포장 길을 걸어서 산에 오르던 성도들이 있던 나라입니다. 수십 년간 기도로 닦여진 이곳은 기도할 때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묵직한 기름부음이 느껴지고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건물 몇 층높이의 키가 엄청나게 큰 천사가 지키고 있는 것 같은 직감 같은 이미지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아마도 기도하는 곳이어서 영적으로 충만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기도는 참 즐거운 것이고 기도하러 가는 길은 여행과 같습니다. 그래서 기도여행이란 하나님과 함께 하는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가 넘치는 길입니다. 하나님께 아뢸 수 있는 기도제목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을 간절히 찾아올 수 있는 내 삶의 기도제목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를 생각 보게 됩니다. 이제 이곳을 떠날 때 성전에서 내려가는 다윗의 시를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믿음의 친구들과 함께 오면 좋겠다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이 아침에도 내 입술의 모든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주께 열납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나의 하나님을 참 사랑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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