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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모든 이야기/10월의 편지

혼돈과 무질서에서

에버모닝 2024. 10. 3. 09:59

2024, 10.3. Thu
(@Holy Spirit; 혼돈과 무질서에서)

하나님, 오늘은 하늘이 정말 파랗습니다. 온통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때 눈의 초첨이 맞춰지지가 않습니다. 때마침 날아가는 새 한 마리에 자동적으로 그쪽으로 초점이 맞추어집니다. 반가움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을 때 어느덧 나타난 배 한 척이 반가운 것처럼 무엇인가 있다는 것은 반가운 것입니다. 인적이 없는 외딴 시골마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집배원 아저씨가 반갑고 우리 집 대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그것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이 아침에 잔잔한 호숫가에 날아 들어온 오리 한 마리가 헤엄쳐 갈 때, 그 지나간 자리에 물결을 일듯 잔잔한 내 마음에도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그 물결은 주님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초점도 맞추어지지 않는 파란 하늘에 날아 들어온 새 한 마리와 같이 잔잔한 내 영혼에 물결을 일으키는 주님을 기억합니다.

    
하나님, 내 영혼이 잔잔한 호수와 같이 평온하다는 것은 안정적이라는 것이고 그것은 열역학에서 무질서와 불확실성을 정의하는 엔트로피가 낮아서 일 것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불리는 엔트로피의 법칙에서는 엔트로피는 감소될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엔트로피는 점점 더 증가한다고 한다고 합니다. 자연상태에서는 질서 정연하고 평온한 상태에서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제 삶을 돌이켜볼 때에도 어린아이에서 점점 더 성장을 하면서 제 삶은 점점 더 복잡하고 무질서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먹고 자면서 놀기만 하면 되는 시절에는 별다른 걱정도 없고 마음도 그렇게 불편한 것이 없었습니다. 학교를 다니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다양한 자극을 받으면서 걱정과 근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크고 작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늘면서 삶은 복잡해졌고 그로 인해 영육은 늘 피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니 내 영혼의 참된 쉼과 평안이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하나님, 지금도 기억이 남는 감사한 일은 장교로 군복무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말 그대로 멘붕이 오는 일들이 몇 차례 있었는데 그 위급한 상황에서 집무실에 들어가 하나님께 기도했을 때 신기하게도 그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환경이 만들어져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믿음이 좋지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었던 때였는데 하나님께서 도우셨다고 확실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것은 엔트로피가 낮아지는 경험이었습니다. 혼돈과 무질서에서 질서와 안정으로 변화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제게 그런 분이셨습니다. 저의 욕심으로 모든 것을 잃어 혼돈과 고통 중에 있을 때도 높은 엔트로피에서 낮은 엔트로피로 흘러갈 수 있게 해 주셨고 제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어느 찬양의 가사처럼 All my life You have been faithful, All my life You have been so so good이라고 찬양드릴 수 있고 하나님은 참으로 신실하신 분이십니다 고백할 수 있습니다. 10년 전 하나님께 처음 써본 편지가 매일 아침 하나님께 드리는 묵상의 기도편지가 되어서 이제는 제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복잡한 일이 정리가 되면서 인간관계도 단순하게 되고 내면의 갈등과 번뇌가 사라지고 삶의 목표가 바뀌어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높은 엔트로피에서 낮은 엔트로피의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하나님, 열역학에서는 엔트로피는 증가하거나 일정해야 하며 한쪽의 엔트로피가 감소하기 위해서는 다른 쪽의 엔트로피가 증가해야만 하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내장고는 온도를 낮춰서 내부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키지만 이것을 위해서 전기를 사용해서 열을 외부로 방출해서 외부 환경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생각을 해보면 하나님께서는 제 삶과 제 영혼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높은 엔트로피를 감당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 삶의 안정과 평안을 위해서 저의 혼란과 불안과 고통의 에너지를 주님께 흘러가도록 하신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놀라운 일은 십자가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세상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은 모든 죄의 질고를 지고 채찍에 맞으시고 저주와 침 뱉음과 고난과 고초를 당하셨습니다. 그 혼돈과 무질서의 높은 엔트로피의 에너지를 홀로 담당하신 것이었습니다.

하나님, 오늘 낮은 엔트로피의 평안한 아침을 맞이하며 주님을 기억합니다. 내 영혼 평안합니다 안전합니다 고백하며 주님께 깊은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자연상태에서 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그 과정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혼란과 무질서를 끊임없이 마주해야 하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내가 누리는 이 낮은 엔트로피의 평안은 주님께서 감당하시는 혼돈과 무질서의 높은 엔트로피임을 생각할 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음을 고백드립니다. 그것이 주님의 은혜이고 주님의 사랑입니다. 이 아침 내 입술의 모든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주께 열납 되어 주님의 기쁨이 되기를 소망하며 나의 하나님을 이전보다 더 사랑합니다. 아멘.

“보라 하나님은 나의 구원이시라 내가 신뢰하고 두려움이 없으리니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며 나의 노래시며 나의 구원이심이라 그러므로 너희가 기쁨으로 구원의 우물들에서 물을 길으리로다 “ (이사야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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