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기도편지
오래된 동네길의 영성 본문
2024, 10.4. Fri
(@Holy Spirit; 오래된 동네길의 영성)
하나님, 아침이 밝아오는 모습을 창밖을 통해 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오늘 새벽에는 오래된 동네길을 걸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옛것이 좋아졌습니다. 오래된 집, 오래된 벽, 오래된 길바닥, 전봇대와 전깃줄과 가로등이 있는 풍경이 좋습니다. 오래된 동네는 곧은길이 없습니다. 구불구불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막다른 길이 나오기도 하고 갑자기 계단이 나오기도 하고 무엇이 나올지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낡고 기울어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곳은 마치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나이가 들어 이런 풍경이 좋아지는 것은 그간 전쟁처럼 살면서 강한 강박의 힘으로 무의식 속에서 꾹 눌러 놓았던 것을 이제는 그것을 더 눌러놓을 힘과 열정의 동력을 잃어버려서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 그 오랜 동네의 모습이 제 모습과 너무 닮았습니다. 계획 없이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길을 내고 집을 지어서 삐뚤빼뚤하고 색깔도 제 각각인 모습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땅에 태어나 좌충우돌하며 살았던 제 삶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그다음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일단 집을 짓고, 벽을 세우고, 길을 내었는데 아 여기다 하면 안 되는 거였네 할 수 없지 그럼 반대편으로 가자. 그렇게 무엇인지도 모르게 살아온 삶을 돌아보니 에고 왜 이렇게 일관성이 없고 제각각인지… 조금만 큰길로 나가면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한 길과 높이 솟아 오른 현대적 감각의 건물들이 저렇게 멋지게 있는데 내가 살아온 길은 참 낡고 볼품이 없어 보입니다.
하나님 보시기에는 어떠신가요. 열심히 살아온 길인데 하나님께 보여드리기가 망설여집니다. 하지만 그 길 앞에 서서 바라보다가 그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 제 뺨에 흐르는 눈물의 따뜻함 느낄 때 그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대문이 있는 저 집을 지을 때는 꿈과 희망이 있었고, 부랴부랴 세운 저 담벼락도 나름 최선을 다한 것이었고, 각은 잘 안 맞지만 이쪽에 골목을 낼 때는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햇빛에 반짝이는 통유리 벽으로 높게 세워진 저 고급스러운 건물은 제게 아무런 영감을 주지 못했지만, 그 뒤편의 오래된 동네길은 제게 큰 영감과 감동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영성인 것이었습니다.
영성은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입니다. 사람을 변화되게 할 수 있고 가던 길을 다른 길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힘입니다. 오늘 새벽길을 걸으며 들었던 히브리서 말씀과 카페에 앉아서 필사했던 이사야 말씀에서 깊은 영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낡고 오래된 골목길 끝에 있는 건물과 같이 눈이 잘 뜨이지 않는 것이 성경이지만, 성경은 수천 년 동안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했고, 희망 없는 무자비한 인생을 극적으로 변화시켜 왔습니다. 하나님의 깊은 영성, 하나님의 감동으로 쓰인 성경은 지금도 그 영적인 에너지를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수많은 인생들에게 비추고 있습니다.
하나님, 걷는 것에 깊은 영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차를 타고 운전하면서 달릴 때는 몰랐던 깊은 영성이 걸음걸음마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구 반대편까지 하루길이면 갈 수 있는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서 걷는다는 것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과 같습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토끼가 거북이를 쳐다보듯이 차를 타고 가는 사람은 옆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 저를 그렇게 보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비록 빨리 갈 수는 없어도 내 발바닥으로 땅의 상태를 느낄 수 있고 움직이는 다리의 힘을 통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길가에 내다 놓은 화분에 잎이 몇 개가 있는지도 알 수 있고, 간판에 무엇이라 쓰여있는지, 그 가게 안에 누가 있는지 무엇을 팔고 있는지 테이블이 몇 개가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흐르는 시간은 내게 많은 것을 알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영성이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이고 그래서 세상과 나를 유심히 보고 깊이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다라는 잠언 말씀을 기억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섬기며 하나님 안에 사는 것이 참으로 복된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아침 길을 걸으며 오래된 동네를 바라보면서도 하나님을 깊이 묵상하며 감사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감사에는 또 얼마나 큰 능력과 깊은 영성이 있는지 다시 한번 기억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 안에 산다는 것은 피상적이거나 관념적인 것이 아닌 매우 현실적이고 실제적이며 즐거운 것임을 고백드립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과 인생에 숨겨 놓으신 비밀을 찾아가고 그 하나님과 일상의 삶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며 살아가는 믿음의 삶,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그 삶 자체가 영성인 것을 고백드립니다. 그래서 모든 믿음의 삶은 시간이 지난 후에 깊은 영감을 주는 오래된 동네와 같이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임을 고백드립니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삶은 참 아름답고 나의 삶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아침에 나의 입술의 모든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주께 열납 되어 주님의 기쁨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나의 하나님을 햇살같이 참 사랑합니다. 아멘.
'2024년의 모든 이야기 > 10월의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영성 (2) | 2024.10.08 |
---|---|
죽음 앞에 영성 (0) | 2024.10.07 |
혼돈과 무질서에서 (0) | 2024.10.03 |
세상의 법, 하나님의 법 (0) | 2024.10.02 |
나의 기다림 (1) | 2024.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