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17. Mon
(@Holy Spirit; 나의 자리를 비워두신)
하나님, 이 아침에도 내 영혼은 주님을 마주하며 주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누구나 주님을 대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고 무리 중에서 숨을 수도 없고 내가 해야 하고 감당해야 하는 것이 주님 앞에 서는 것입니다. 그것은 내가 사는 삶이란 끝이 있고 마지막이 있고 결론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땅에서의 마지막 순간이 곧 내게도 찾아올 것이니 나는 어찌 되었던 나의 삶을 결산을 해야 할 것이고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임종을 지켜본 의사들의 증언 속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각각 달라 보이는 인생들도 결국에는 한 길로 갈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가기 전에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고, 평생 가슴속에 담아놓았던 비밀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생전 못하던 미안하다 사과를 하기도 고맙다 사랑한다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보기도 한 것입니다.
하나님, 대학시절 청년의 때에 많이 불렀던 찬양 중에 ‘만일 나의 생에 주님이 없었다면 ‘이라는 곡이 때때로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어느덧 인생의 중반을 넘어가는 나의 삶을 돌이켜 보았을 때 이 문구가 깊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일 주님을 알지 못하고 주님이 주시는 연단과 고난과 시련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린아이와 같이 내가 원하는 대로 고집부리면서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구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포용하려 하지도 참으려 인내하려 하지도 않고 용서하려 하지도 않고 내가 옳고 의롭다 생각하며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 가만히 보니 예수님의 형상을 닮고 성숙하는 것은 고난과 어려움이 있으면 저절로 되는 것이었습니다. 교만하고 기고만장한 내 모습이 꺾이는 것도 고난이 있을 때 저절로 되는 것이고 슬픔과 아픔을 겪어보니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말 못 할 사정을 볼 수 있는 눈이 저절로 생기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 자존심이 상하고 꺾이고 자존감이 떨어져 스스로가 비참하고 다른 사람 보기에 창피하고 불쌍하다 하는 상황까지 내려가 보면 그제야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주님 나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주님 나를 살려주시옵소서… 부르짖는 기도를 했을 때 그때에 하늘로서 내려오는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고 볼 수 있는 영의 눈이 열리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의 감각이 열려 주님을 더욱 가까이 깊이 알고 느낄 수 있고, 그제서야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알 수 있는 지혜의 감각이 살아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지혜는 하나님과 하나님을 말씀을 알고 이해하고 적용하고 찾아내는 지혜이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지혜이며 온 천지 만물 세상만사를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지혜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큰 지혜는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지혜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지혜는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람을 각기 다른 형태로 품을 수 있는 지혜이며, 하나님의 눈으로 영혼을 볼 수 있는 지혜인 것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사실은 지혜의 사랑이고 사랑의 지혜인 것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성격 급한 베드로에게 의심 많던 도마에게 각각 필요한 사랑으로 품었던 지혜의 사랑이었고, 오늘날에도 하나님이 만드신 고유한 모든 영혼을 품고 가르치시고 인도하시는 사랑의 지혜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돌이켜 봤을 때 나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지혜가 제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집스럽고 매우 까다롭고 감정적이고 교만한 나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지혜가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것인지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나를 굴복시키고 변화시켜 오늘 이 자리에 있게 하신 그 지혜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모릅니다. 하나님은 나를 너무 잘 아셨습니다. 어디가 약하고 어느 부분에서 실패하실지 너무 잘 아셨습니다. 야곱의 환도뼈를 쳐서 넘처뜨리셨듯이 나의 약점을 정확한 타이밍에 치셔서 쓰러뜨리셨습니다. 그것이 지혜로운 사랑이었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사랑의 지혜였습니다.
하나님, 여전히 나는 연약하고 교만합니다. 여전히 욕심 많고 비겁합니다. 이전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여전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가 없이는 하나님의 지혜와 사랑이 없이는 희망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지혜의 거울로 나 자신을 볼 때 여전히 부끄럽습니다. 하나님, 어제 교회 성가대석에서 앉아 있는데 감사하다는 마음이 밀려들어왔습니다. 내 자리가 있구나, 나를 받아주는 곳이 있구나, 나를 인정해 주는 곳이 있구나, 나를 이해하고 포용해 주는 곳이 있구나,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인정해 주는 곳이 있구나, 나를 좋아해 주고 나를 고마워하는 곳이 있구나, 그런 사람들이 내 곁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회 사무실에 가도 내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일터에도 나의 자리가 있습니다. 가족사이에서도 여러 모임에서도 나를 위해서 비워놓은 자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모릅니다. 나를 위해 비워 놓으신 자리는 가까이서 주님과 마주 앉을 수 있는 지금 이 자리이기도 하고, 주님 옆에서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천국에도 내 자리가 있고 이 세상을 사는 동안 하나님은 내가 필요한 자리를 언제나 비워 준비해 놓으실 것입니다.
하나님, 그 찬양의 가사는 “만일 나의 생에 주님이 없었다면 지금 이 모습이 이대로 남아 있을까 끝없이 솟아나는 슬픔과 뜻 모를 외로움으로 내 영혼 어둠 속을 헤매고 있지 않을까 나는 아무 공로 없으나 주님은 나를 부르시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주시고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내 영혼 짓누르던 짐을 비둘기 날래 짓처럼 가볍게 하셨네 나의 나 된 것은 오로지 주의 은혜라….”입니다. 주님을 아는 지혜, 나를 아는 지혜, 세상을 아는 지혜, 말씀을 아는 지혜, 감사할 줄 아는 지혜, 용서할 줄 아는 지혜, 이해할 줄 아는 지혜, 겸손할 줄 아는 지혜, 낮아질 줄 아는 지혜, 그 모든 지혜의 근원은 사랑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그 사랑의 지혜를 배워서 이해하고 용서하고 포용하고 사랑함으로 내게 주신 그 자리가 소중한 것처럼 누군가의 자리가 소중한 것을 알아 그 자리를 지켜줄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할 때에,
이 아침에도 내 입술의 모든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주께 열납 되어 주님의 기쁨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나의 하나님을 참 사랑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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